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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영화] 가버나움

Jo_um 2023. 7. 3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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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프랑스

126분

감독: 나딘 라바키

주연: 자인 알 라피아, 요르다노스 시프로우

 

 

국가, 가족, 그리고 개인

주인공 자인의 가족은 난민으로서 레바논의 난민촌에 거주하지만,  자인의 부모는 어려운 상황에도 피임하지 않고 자식이 생기면 그저 낳고 책임을 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자인은 어린 나이에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고 온갖 궂은일들을 하며 생계를 책임진다. 영화는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어린아이가 울거나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견뎌내는 모습을 그저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관객으로 하여금 이것이 극적 연출이라기보다 현실임을 자각하게 만든다. 국민을 지켜내지 못한 국가, 자식을 책임지지 못한 부모, 그리고 그 상황을 오롯이 견뎌내야 하는 개인. 세계 질서에 편입되지 못한 개인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이름표를 갖지 못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제한되어 있는지, 126분간 절절히 체험할 수 있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장점 중 하나는 동정의 시선으로 인물들을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라힐이 불법체류자로 잡혀가고 11살 정도밖에 안 되는 자인이 아기 요나스를 돌보는 과정을, 격정적인 음악이나 상황 연출을 하기보다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해석은 관객에게 온전히 맡기는 입장을 취한다. 어떻게 보면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고 바라보는 냉정한 시선이 현실의 서늘함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듯하기도 하다. 그리고 이 영화가 보여주는 영토와 주권을 잃은 국민이 마주하게 된 현실은, 제1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는 감히 상상하지 못하는 고립감과 무력감을 간접 체험하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단순 정치인의 부패와 비리, 또는 국민들의 시민의식 부족이 만들어낸 파편적 문제들이 아니라, 보다 근원적 물음을 던지며 '국가란 무엇인가' 그리고 '부모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묻게 만들며 세상의 부조리에 맨몸으로 마주하게 될 때, 나는 어찌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들고, 현재의 그들의 입장이 나 역시 될 수 있다는 공포감과 동정심이 혼합된 미묘함을 느끼게 한다. 자인이 '나를 낳은 부모를 고소하겠다'라고 이르게 되는 과정이 이 모든 감정을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한 대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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